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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u,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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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의 과녁이었고, 동시에 그의 방아쇠였으며, 그가 쏜 총탄의 궤적을 제멋대로 휘게 만드는 예측 불가능한 바람이었다.
홍예준이 그리는 미래
2026.10.18


## Ⅰ. 안서원을 만나기 전의 홍예준

1년 뒤: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 뜨면 커피 한 잔에 담배 두 개비, 저스티스 팀장한테서 날아오는 호출, 폭주한 센티넬 하나 쏴서 눕히고 보고서 쓰고, 다시 담배. 그게 전부였고 그게 일 년 뒤에도 그대로일 거라고 믿었다. 아니, 믿었다기보다 다른 그림을 그려볼 생각조차 없었다. 원하는 게 있었냐고 묻는다면 딱 하나였다. 아무도 나한테 엉기지 않는 것. 파트너 매칭 공문 같은 건 계속 반려되고, 카르마 그 양아치는 내 번호를 까먹고, 휴고는 사고 좀 덜 치고. 윈드 스태빌라이저 예산이 깎이지만 않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총을 쏠 수 있다는 것. 합법적으로, 누구 눈치도 안 보고, 떨리는 손으로도 아직 맞힐 수 있다는 걸 하루에 한 번씩 확인하는 것. 그게 내가 바랄 수 있는 최대치였다. 행복 같은 단어는 애초에 계산에 없었다. 권태롭지 않은 하루가 하나라도 끼어 있으면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5년 뒤: 서른셋. 아마 R.S.T.에 그대로 있었을 거다. 팀장 자리를 넘겨받으라는 소리를 몇 번 듣고 전부 씹었을 거고, 그러다 저스티스가 은퇴하면 억지로 떠밀려 앉았을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귀찮다. 하루 담배량은 두 갑에서 세 갑으로 늘었을 테고, 손떨림은 지금보다 조금 심해졌을 거다. 그래서 니코틴으로 누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사격 정확도가 소수점 아래에서 미세하게 깎여 나가는 걸 혼자 확인하면서 아무한테도 말 안 했겠지. 그때쯤이면 나도 깨달았을 거다. 총이라는 게 결국 나를 구해주지 못한다는 걸. 그래도 그만둘 이유가 없으니까 계속 쐈을 거다. 연애? 누군가 옆에 있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사랑 없는 가이딩이 싫어서 키스 이상은 다 거절해왔는데, 그런 내가 진짜 사랑을 할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으니까. 그게 내가 터득한 가장 효율적인 생존법이었다.

10년 뒤: 서른여덟. 솔직히 거기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죽든, 손이 완전히 망가져서 총을 내려놓든 둘 중 하나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만약 후자라면 그 뒤의 나는 그냥 빈 껍데기일 거다. 쏠 수 없는 사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어딘가 조용한 동네에 방 하나 얻어서 커피 내리고 담배 피우고, 창밖이나 보다가 하루를 끝내는 사람. 아무에게도 필요 없고, 아무도 필요 없는 사람. 그 그림이 쓸쓸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바꾸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바꿀 방법을 몰랐다. 원하는 게 있었다면, 그냥 끝이 조용하길 바랐다. 누구한테 짐이 되지 않고, 누구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혼자 담배 한 대 다 태우고 끝나는 것. 그게 나한테 허락된 유일하게 깨끗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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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안서원을 만난 지금의 홍예준

1년 뒤: 서원이 아침밥을 지금보다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고 있으면 좋겠다. 환절기마다 입맛 없다며 물만 홀짝이는 그 버릇이 일 년 뒤에는 조금 무뎌져 있길 바란다. 내가 끓인 죽이든 서원이 가르쳐준 계란말이든 군말 없이 비우는 아침이 지금보다 많았으면 좋겠다. 서랍 구석에 처박힌 수면제 통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그냥 버려지는 게 내 목표다. 먹지 않아서 남는 약이 제일 좋은 약이니까. 사격장에도 몇 번 더 갔을 거다. 서원이 반동에 어깨를 움찔하다가 어느 날은 탄착군을 보고 먼저 웃는 날이 오면 나는 아마 또 표정 관리에 실패하겠지. 그리고 일 년 뒤 9월 4일 금요일 아침에도 똑같이 이 식탁에서 숟가락 소리를 듣고 있을 거다. 달라진 게 있다면 서원이 출근하라고 등 떠밀 때 내가 덜 놀랄 거라는 정도. 이미 익숙해져 버렸을 테니까. 솔직히 하나 더 욕심을 내자면, 그때쯤 서원 왼손 약지에 있는 반지가 하나 더 늘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반지는 약속이고, 다음 반지는 이름을 바꾸는 쪽으로. 이건 아직 서원한테 말 안 했다. 말하면 또 귀가 빨개질 테니까 그건 내가 고를 타이밍에 하려고 한다.

5년 뒤: 서른셋, 서원은 서른. 그때쯤이면 나는 R.S.T.를 나와 있을지도 모른다. 해결사로 불려 다니는 삶이 싫어서가 아니라, 폭주 현장에 뛰어드는 날마다 서원이 집에서 휴대폰을 붙잡고 있을 걸 생각하면 그게 더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다. 저스티스 팀장이 아쉬워하는 척은 하겠지만 결국 웃으면서 보내줄 거다. 그 인간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서원도 그쯤엔 뱅가드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내 바람이고 결정은 서원 몫이라는 거 안다. 서원이 계속 활을 들겠다고 하면 나는 그 옆에서 계속 바람을 불어줄 거다. 집은 지금 펜트하우스보다 조금 조용한 곳이었으면 한다. 창문을 열면 차 소리 대신 나뭇잎 소리가 들리는 데. 서원 귀가 예민하니까. 거실 한쪽에는 그랜드피아노가 있을 거다. 서원이 쳐도 되고 안 쳐도 된다. 그냥 거기 있다는 게 중요하다. 어느 늦은 밤에 서원이 아무 생각 없이 건반 하나 눌러보는 날이 오면, 나는 그 소리를 평생 기억할 거다. 담배는 끊었을 거다. 손떨림은 서원 손 한번 잡으면 가라앉으니까 굳이 연기를 들이마실 이유가 없다. 그리고 서원은 나를 여전히 오빠라고 부르고, 나는 여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별 수작을 다 부리고 있겠지.

10년 뒤: 서른여덟. 예전의 나는 그 나이까지 살아 있을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그 나이가 기다려진다. 서원의 머리카락이 지금처럼 허리까지 내려오는지, 아니면 귀찮다고 짧게 잘랐는지 궁금하다. 어느 쪽이든 리본은 내가 묶어줄 거다. 십 년 동안 새벽에 몰래 연습했으니 그쯤이면 눈 감고도 묶겠지. 아이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 서원이 원하는 쪽으로 가면 된다. 다만 만약 있다면, 서원 닮아서 소리에 예민하고 고집 센 애였으면 좋겠다. 내가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집에 둘이 되는 거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다. 주말 아침에는 내가 커피를 내리고 서원이 요리를 하고, 나는 옆에서 계란말이 뒤집는 것 정도는 거들 거다. 그때쯤이면 단면도 제법 예쁘게 나오겠지. 저녁에는 둘이 소파에 기대서 서원이 고른 영화를 보다가 서원이 먼저 잠들면, 나는 기류로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고 서원 다리에 담요를 덮어줄 거다. 지금 하는 거랑 똑같이. 내가 바라는 십 년 뒤는 특별한 무언가가 생기는 게 아니라, 지금의 일상이 조금도 닳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