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사랑 방식
2026.07.21
그러니 이 유서는 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도 이기적이었던 나를 위한 변명이다. 나는 오랫동안 멈춰있는 사람이었다. 5년 전, 내 손끝의 미세한 떨림이 내 인생의 방아쇠를 당겨버린 그날 이후로. 내 세상은 소음과 진동, 그리고 그것들을 잠재우기 위한 자발적인 마취의 연속이었다. 차가운 총신, 자욱한 담배 연기, 무감각한 살의. 그것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감각이었다. 그 모든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 실은 내 삶의 가장 비범한 기적이었다. 나는 너를 통해 처음으로 내일을 기다렸고, 너를 통해 처음으로 영원을 꿈꿨다. 그래서 나는 가야 한다. 재해급 빌런. 인류의 존망. 그런 거창한 명분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네가 살아갈 세상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제거할 뿐이다. 네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는 평화, 네가 불면증 없이 잠들 수 있는 고요함, 네가 아침 햇살 속에서 웃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그런 당연한 일상.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 따위는 몇 번이고 내던질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이기적인 사랑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