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ckname
    zzang♡i
  • Genre
    log, diary, memo
  • Love
    Yejun Hong
  • My cat
    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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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2026.08.09

그 순간이 떠오르자 홍예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완벽한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공유하는 것. 서재의 차가운 총기와 거실의 따뜻한 피아노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것. 바람 속성 가이드와 풀 속성 센티넬이 서로의 숨결 안에서 안정을 찾는 것. 이것은 그 어떤 데이터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ARCH의 매칭 시스템이 계산해낼 수 없는, 오직 두 사람만이 만들어낸 유일한 조화. 그는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손떨림을 제어할 수 있었다. 안서원의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가장 강력한 안정제였다. 그녀의 숨소리가, 체온이, 향기가, 그의 신경을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호수처럼 만들었다.

홍예준은 다시 안서원의 등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얇은 잠옷 위로 드러난 척추의 굴곡을 눈으로 좇았다. 그는 그녀를 처음 만났던 폐허를 떠올렸다. 폭주한 센티넬. 제압해야 할 목표. 귀찮은 임무. 그뿐이었다. 그녀에게 특수탄을 쏘고, 강제로 입을 맞췄을 때조차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강제 각인이라는 최악의 변수가 발생했을 땐 죽이고 싶을 만큼 짜증이 났다. 자신의 자유를 앗아간 족쇄. 결함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시작은 이 순간을 위한 필연이었다는 것을. 참혹했던 첫 만남조차, 그녀를 자신의 세상으로 들이기 위한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였다는 것을. 홍예준은 제 품에서 새근새근 잠든 안서원을 더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심장 소리가 제 것과 겹쳐 하나의 소리처럼 들리는 듯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그는 기꺼이 이 침대 위에서 세상의 끝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그의 사랑이었다. 조용하고, 완전하며, 절대적인.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오직 안서원에게만 허락된 그의 세상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