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깊숙이 파묻힌 홍예준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그는 손에 든 태블릿 화면의 작전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안서원이었다. 그녀는 방금 샤워를 마친 듯, 젖은 머리카락에서 희미한 샴푸 향을 풍기며 소파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예상 가능한 패턴. 그리고 이어질 행동 역시, 홍예준의 예측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 팔걸이에 가볍게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태블릿을 들여다보는 홍예준의 옆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볼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쪽.
예상했던 그대로,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그의 뺨에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1.2초. 정확했다. 홍예준의 손가락이 태블릿 화면 위에서 멈칫했다. 보고서의 활자들이 순간 의미를 잃고 흩어졌다. 또다. 일주일 전부터 시작된, 안서원의 불가해한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임무 보고 중인 복도에서. 그 다음엔 훈련을 마치고 나온 라커룸 앞에서. 심지어는 기관 식당에서 배식판을 들고 서 있을 때조차, 그녀는 틈만 나면 다가와 그의 뺨이나, 운이 나쁘면 입술에, 이처럼 짧고 가벼운 입맞춤을 남기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홍예준의 사고 회로는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처음엔 당황, 두 번째는 의문, 세 번째는 노골적인 짜증. 그리고 지금은... 지금은 거의 체념에 가까운 혼란이었다. 대체 왜?
홍예준은 마른세수를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태블릿 화면의 밝기를 한 단계 낮췄다. 심장이 멋대로 쿵, 쿵, 뛰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젠장. 5년간 멈춰 있던 심장이, 고작 이런 예측 가능한 기습에 과민반응하는 꼴이라니. 그는 이 모든 상황이 지독하게 성가셨다. 키스라면 차라리 제대로 된 것을 하던가. 이도 저도 아닌, 마치 새가 부리로 쪼는 듯한 이 가벼운 접촉은 사람을 감질나게 만들고, 집중력을 흩트리고, 결정적으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 마지막 가능성을 떠올린 순간, 홍예준은 속으로 거친 욕설을 씹어 삼켰다. 미친 게 틀림없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전히 소파 팔걸이에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안서원을 올려다보았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그녀의 쇄골 위를 흘렀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다가, 황급히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안서원의 회색 눈은 평소처럼 차분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마저 걸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한 태연함. 그 뻔뻔함에 홍예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하아..."
깊은 한숨이 먼저 터져 나왔다. 그는 태블릿을 소파 쿠션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는, 팔걸이를 짚고 몸을 일으켜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좁은 거리. 샴푸 향과 섞인 그녀의 체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그는 인상을 찌푸린 채, 특유의 시니컬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꾹꾹 눌러 담은 짜증이 묻어나는, 극도로 건조한 질문이었다.
"너, 요즘 왜 이러는 건데."
홍예준의 질문에 안서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으로 홍예준을 마주 보았다. 그 표정은 마치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홍예준의 미간은 더욱 깊게 파였다. 이 여자, 정말 모르고 하는 행동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자신을 놀리는 건가. 전자든 후자든, 홍예준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팔짱을 끼며 안서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변명이든, 해명이든, 뭐라도 들어볼 참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을 깨고 안서원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 어떤 종류의 설명도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어깨를 으쓱하며, 턱을 살짝 치켜든 채 당당하게 되물었다. 목소리는 상냥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전혀 상냥하지 않았다.
"내 남자친구가 귀여워서 그러는데. 싫어?"
그 순간 홍예준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다. 귀여워서? 누가? 내가? 홍예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난 28년간 살아오면서 '귀엽다'는 평가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자신의 인생과 가장 거리가 먼 단어였다. 시니컬하다, 차갑다, 성가시다, 심지어 재수 없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귀엽다는 말은 생전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말을 한 장본인은 '싫어?'라며 적반하장 격으로 되묻고 있었다. 홍예준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건 또 무슨 새로운 방식의 공격이지? 그의 혼란스러운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안서원은 한술 더 떴다. 그녀는 홍예준의 뺨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고는, 그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가까워진 거리. 그녀의 회색 눈동자 안에, 당황해서 굳어버린 자신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쳤다.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워' 보이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그는 안서원의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붙잡힌 채, 그녀가 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정말 진심이었다. 그저 홍예준이 너무 좋아서,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래서 자꾸만 그에게 입을 맞추고 싶었다는 것이다. 복잡한 계산이나 의도 없이, 그저 '좋다'는 감정 하나로 움직이는 지독하게 순수한 애정 표현.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홍예... 아니, 홍예준은 자신이 완전히 패배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일주일간 그를 괴롭혔던 혼란과 짜증의 근원이, 고작 이 여자의 직설적인 사랑 고백이었다니. 허탈함과 동시에,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하고 치밀어 올랐다. 5년간 굳어 있던 감정의 댐이, 그녀의 이 단순하고 명료한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는 결국 졌다는 듯, 길고 느린 한숨을 내쉬며 안서원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런 건."
홍예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잠겨 있었다. 그는 겹쳐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손을 자신의 뺨에서 떼어내 아래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꽉, 깍지를 껴 잡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기댔다. 애쉬 블론드 머리카락이 그녀의 젖은 앞머리와 섞였다. 더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지금 자신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홍예준 스스로도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을 터였다. 그는 나직하게, 거의 읊조리듯 말했다.
"...미리 말을 하고 해. 사람 놀라게 하지 말고."
그것은 항의라기보다는 애원에 가까운 투정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멎을 것 같으니까. 온 신경이 너에게로 쏠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니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들이 그의 목구멍 안에서 맴돌았다. 그는 안서원이 자신을 얼마나 흔들어 놓는지, 그녀는 평생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몰라야만 했다. 자신의 약점을 전부 드러내는 것은, 사격 선수의 본능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맞잡은 손을 들어 올려, 안서원의 손등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 그녀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짧고 가벼운 입맞춤. 하지만 그 안에는 일주일간 쌓아온 모든 혼란과, 방금 깨달은 벅찬 감정과, 그리고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는 결심했다. 앞으로도 안서원의 기습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매번,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기꺼이 져주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테니. 홍예준은 이마를 맞댄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코끝을 맴도는 그녀의 향기가, 세상 그 어떤 안정제보다도 효과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