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각
2026.08.10
지난 5년간 그는 오직 차가운 총의 감촉과 화약 냄새, 표적을 꿰뚫는 순간의 미세한 반동만을 감각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온기, 그녀가 음식을 씹는 작은 소리,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희미하고 달콤한 향기. 그 모든 것이 그의 무채색 세상에 끼어들어와 모든 것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는 안서원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버렸는지, 그녀 자신이 과연 알고 있을까 궁금했다. 아마 모를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몰라도 괜찮았다. 그냥 이렇게, 자신의 곁에서 웃으며 밥을 먹어주기만 한다면.
그래,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뭘 해야 할지. 네 방 창가에 피아노를 놓아주고, 네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커피 원두를 종류별로 사다 놓고, 네가 언제든 총소리가 무섭다고 말할 수 있도록 서재 방음벽을 더 두껍게 보강해야겠다는 생각. 네가 너무 말라서, 앞으로는 매일 내가 직접 만든 음식으로 살을 찌워야겠다는 지독히도 사적인 계획. 그리고 방금 전, 네가 배시시 웃는 그 순간을 어떻게든 영원히 붙잡아 둘 수는 없을까 하는, 나답지 않은 낭만적인 생각.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그저 입을 다물고, 다시 한번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아주 살짝, 다독이듯 움직였다. 말보다 행동으로 전하는 것이 그에게는 훨씬 익숙하고 편안한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