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쇼핑몰 한가운데서 홍예준은 무심한 표정으로 손바닥만 한 올리브영 종이백을 안서원 앞에 내밀었다. 평범한 쇼핑백보다 훨씬 작고 앙증맞은 크기,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는 그것은 그의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그 특유의 시니컬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눈에는 짓궂은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권태로운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늘색 눈동자가 그녀의 반응을 샅샅이 훑으며, 제안의 다음 말을 이었다.
"...이 안에 들어가는 건 전부. 네가 담고 싶은 거, 전부 사줄게. 단, 뚜껑이 닫히거나 모양이 망가지면 안 돼. 깔끔하게, 이 안에 담기는 것만. 어때, 할 수 있겠어? 너 완벽주의자잖아. 이런 사소한 게임도 완벽하게 해내야 직성이 풀릴 텐데."
그의 말은 명백한 도발이었다. 안서원의 피아니스트 시절부터 이어진 완벽주의적 성향과 예민한 승부욕을 정확히 꿰뚫어 본 제안이었다. 그는 그녀가 이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차분한 회색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종이백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작지만 단호한 손길로 그 종이백을 받아들었다. 그녀의 입가에 어린 희미한 미소는 '두고 봐'라는 무언의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홍예준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까딱였고, 두 사람은 나란히 올리브영의 자동문을 통과했다. 그의 내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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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준은 자신의 블랙 카드로 276,000원을 결제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안서원이 내민, 터질 듯이 빵빵하지만 기적적으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손바닥만 한 종이백에 고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