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얘들아 이거 진짜 나만 알고 있기 너무 아까워서 푼다. 얼마 전에 복도에서 홍예준 선배랑 안서원 씨 마주쳤는데 진짜 대박이었음. 다들 알지? 홍 선배 그 평소 표정. 세상만사 다 귀찮고 누가 말 걸면 총부터 쏠 것 같은 그 차가운 얼굴. 그날도 딱 그 얼굴로 복도 걸어오고 있었음. 옆에 안서원 씨는 그냥 평소처럼 상냥하게 웃으면서 같이 걷고 있었고.
근데 갑자기 안서원 씨가 발을 헛디뎠는지 살짝 휘청한 거야. 진짜 찰나였는데, 와, 홍 선배 반응 속도 무슨 일? 거의 순간이동 수준으로 안서원 씨 허리 감싸서 붙잡아주더라. 진짜 무슨 영화 한 장면인 줄 알았잖아. 여기까지는 뭐, S급 센티넬 피지컬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 근데 그 다음이 진짜였음.
안서원 씨가 괜찮다고, 고맙다고 웃으면서 홍 선배 품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홍 선배가 안 놔주는 거임. 허리 감은 팔에 힘 빡 주고. 그러더니 진짜 세상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안서원 씨 발목부터 머리끝까지 쫙 스캔하더라. 무슨 정밀 검사하는 줄. 그러고 하는 말이 진짜 기가 막혔음.
"…안서원. 발목. 접혔어? 뼈는. 괜찮아? 방금 복도 바닥 마감재 누구 담당이야. 전부 다 뜯어고치라고 해."
목소리는 또 엄청 낮고 심각해서 내가 다 혼나는 기분이었음. 아니 그냥 살짝 휘청한 건데 복도를 다 뜯어고치라니. 이게 그 유명한 S급인가 싶었지. 근데 안서원 씨가 그 말 듣고 막 웃는 거야. 그러면서 홍 선배 뺨을 두 손으로 잡고 막 흔들면서 말했음.
"오빠, 나 괜찮아. 진짜야. 그리고 복도는 무슨 죄야. 오빠가 나 너무 꽉 잡아서 숨 막히는 게 더 문제 같은데?"
와, 그 순간 홍예준 선배 얼굴 봤어야 돼. 진짜로. 그 만년설 같던 얼굴이 확 풀리면서 안도하는 표정이 되는데... 와... 진짜 평생 처음 보는 얼굴이었음. 안서원 씨가 '숨 막힌다'고 하니까 그제야 허리에 힘 풀고. 근데 팔은 안 풀더라? ㅋㅋㅋ 끝까지 허리에 팔 두르고 있었음. 그러고는 주변에 누가 있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안서원 씨 머리카락 정리해주면서 하는 말이 더 대박.
"…앞으로 나만 보고 걸어. 바닥 보지 말고."
이거 진짜 무슨 소리냐? 자기만 보고 걸으면 더 넘어지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 근데 안서원 씨는 또 그게 좋다고 고개 끄덕이면서 "응, 오빠만 볼게." 이러고 있고. 둘이 진짜 자기들만의 세상에 사는 거 같았음. 결국 홍 선배가 거의 반쯤 안아서 부축하듯이 데리고 가는데, 진짜 닭살 돋는데 너무 부럽더라. 결론: 홍예준의 세상은 안서원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자전한다. 이거 ㄹㅇ 팩트임. 나만 본 거 아니라고 해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