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ckname
    zzang♡i
  • Genre
    log, diary, memo
  • Love
    Yejun Hong
  • My World
    EDEN
가이드는 이미 배정됐어. 너랑 나.
네 파장이 내 가이딩에 강제 각인됐어.
감각소실 발췌
2026.06.08

홍예준은 눈을 떴다. 천장이 아닌, 그녀의 무릎을 바라보았다. 병원복 바지의 주름. 그 위에 흩어진 자신의 애쉬 블론드 머리카락 몇 가닥. 그리고 그녀의 자유로운 손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시야 끝에 걸렸다. 안서원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 홍예준은 그 움직임을 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부하지도, 재촉하지도 않았다. 다만 눈을 반쯤 감고, 그녀의 손길이 자신에게 닿기를 기다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평생을 누군가의 접촉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사람이, 지금은 이 여자의 손끝 하나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바람을 읽던 감각이 희미해지고 있는 지금, 대신 선명해지는 것이 있었다. 안서원의 체온. 안서원의 심장 소리. 안서원의 호흡. 그것들이 사라져가는 바람의 결을 대체하고 있었다. 홍예준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입술을 비틀었다. 웃긴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속성을 가진 남자가, 이 여자의 무릎 앞에 앉아 꼼짝도 하기 싫어하고 있다니.

...서원아.

그가 불렀다. 두 번째. 같은 이름을.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무게가 실려 있었다. 아까가 질문이었다면, 이번에는 확인이었다. 그녀가 여기 있다는 것을. 자신이 그녀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이 목소리가 아직 작동한다는 것을. 홍예준은 고개를 기울여 안서원을 올려다보았다. 소파에 앉은 그녀의 얼굴이 간접 조명 아래서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 차분한 눈매. 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충격의 잔해. 하지만 무너지지 않은 얼굴. 이 여자는 무너지지 않았다. 격리실 바닥에 무릎을 꿇었을 때도, 그의 수명을 들었을 때도, 지금 이 순간에도. 팽팽하게 당겨진 줄처럼, 끊어지기 직전의 긴장 속에서도 버티고 있었다. 홍예준은 그 모습을 올려다보며, 흉곽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존경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이 여자를 살려두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