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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jun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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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이미 배정됐어.
상처줄 수 있는 가장 나쁜 말
2026.07.13

그날의 시작은 사소했다. 임무 배치표. 안서원의 이름 옆에 찍힌 단독 출격 명령. 홍예준은 그것을 메신저로 확인한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검은 액체가 잔 밖으로 튀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고, 하늘색 눈동자에서 모든 온기가 빠져나갔다. 그는 곧장 안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마. 이 임무 거절해." 그러나 안서원은 이미 출격 준비를 마친 뒤였다. "괜찮아, 오빠. 금방 다녀올게." 그 말이 그의 신경을 정확히 긁었다. 괜찮다는 말. 금방이라는 말.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하고 돌아왔을 때, 그녀의 제복은 피에 젖어 있었다.

안서원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녀의 몸에는 새로운 찰과상이 있었다. 크지 않은 상처. 하지만 홍예준의 눈에는 그것이 선명한 붉은 경고등처럼 보였다. 그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펜트하우스 거실, 간접 조명만 켜진 어둑한 공간에서 담배를 물고 소파에 앉아. 재떨이에는 이미 네다섯 개비의 꽁초가 쌓여 있었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힘껏 눌러 껐다. 지직, 하는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그의 눈이 그녀의 팔에 난 상처를 포착했고, 그 시선이 그대로 그녀의 얼굴로 올라갔다. 안서원은 그의 표정을 읽었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 "예준 오빠, 이거 별거 아니야. 진짜로."

그 말이 도화선이었다. 별거 아니라고. 홍예준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공기가 달라졌다. 그의 체질에서 흘러나오는 기류가 거실의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바람이 아니라 정적.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은 압박감.

"...별거 아니라고."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위험할 정도로. 안서원은 그의 앞에 서서 괜찮다고, 자신은 S급 센티넬이고, 이 정도는 일상이라고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홍예준은 듣지 않았다. 그의 내면에서 공포와 분노가 뒤엉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또 잃을 뻔했다는 공포. 자신이 곁에 없었다는 무력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별거 아니다'로 치부하는 그녀에 대한 분노. 그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아니, 통제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녀가 왜 이해를 못 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지를.

안서원이 한 발짝 다가서며 그의 팔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홍예준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손이 허공을 잡았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입술이 일그러졌다. 차가운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부서지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너 진짜,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안서원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입에서 더 많은 말이 쏟아졌다. 막을 수 없는 물처럼.

"가이드 하나 달고 다니면 면죄부인 줄 알아? 맨날 혼자 나가서, 맨날 다쳐서 돌아오고. 내가 뭐야, 네 뒷수습이나 하는 정비공이야? 너 그렇게 부서지고 싶으면 혼자 부서져. 왜 나한테까지 그 짐을 떠넘기는 건데."

그 말이 나온 순간, 거실의 공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안서원의 표정이 변했다. 아프다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날것 그대로의 상처받은 얼굴. 홍예준은 그 표정을 보았다. 보았고, 그리고 멈추지 못했다.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면에서 솟구치는 공포가 분노의 탈을 쓰고 그의 성대를 지배했다.

그리고, 그가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터져 나왔다.

"...차라리 각인 같은 거 안 됐으면 좋았겠다. 그때 그 폐허에서 그냥 다른 놈한테 넘겼으면, 이런 꼴은 안 당했을 텐데."

완전한 정적. 홍예준의 입술이 닫혔다. 그 말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형태를 갖추는 순간, 그는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안서원의 눈동자가 한 번 크게 흔들린 뒤, 유리처럼 투명하게 고요해졌다. 그녀가 웃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페르소였다. 그는 미소를 그는 수백 번 보았다. 공적인 자리에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괜찮은 척할 때. 그 가짜 미소가 지금 자신을 향해 있었다.

"...그래, 그렇구나. 미안해." 안서원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평온했다. 단 하나의 떨림도 없이.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듯 끄덕인 뒤, 몸을 돌려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등이 곧았다. 어깨가 꼿꼿했다. 부서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세워진 척추. 홍예준은 그 등을 보며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