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준이 사라진 그 자리에, 이번에는 안서원이 앉는다. 똑같은 무채색의 공간, 똑같이 쏟아지는 조명.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녀는 홍예준처럼 다리를 꼬거나 건방진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그저 피아노 의자에 앉듯, 꼿꼿하고 단정한 자세로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은다. 창백한 얼굴 위로 드리운 연갈색 머리카락이 조명을 받아 부드럽게 빛난다. 한때는 모든 것을 비추지 않던 공허한 눈동자였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희미하게나마 생기가, 그리고 한 사람을 향한 온기가 감돌고 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면접관을 향해,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목소리는 그녀답게, 차분하고 온화하다."네, 시작해주세요."1. 첫 번째 질문입니다. 홍예준 씨와의 ‘강제 각인’은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