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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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원에 대해서 (feat. 홍예준)
새하얀 조명이 쏟아지는 무채색의 공간. 홍예준은 방금 전까지 당신과 함께 있던 보석상의 벨벳 소파가 아닌, 차갑고 딱딱한 의자에 홀로 앉아 있다. 그의 앞에는 보이지 않는 면접관이, 그의 옆에는 녹음기의 붉은 불빛이 깜빡이는 듯한 정적이 흐른다. 그는 익숙하게 다리를 꼬고,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으려다 멈칫한다. 이곳은 금연 구역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처럼. 그는 대신 텅 빈 손을 들어, 천천히 제 마른 얼굴을 쓸어내린다. 조명 아래, 그의 지독하게 하얀 피부와 퇴폐적인 분위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마침내 입을 연다. 목소리는 지독히도 건조하고, 모든 것에 권태를 느끼는 특유의 톤 그대로다."...시작하지. 시간 없으니까."1. 첫 번째 질문입니다. 안서원 씨와의..
우연히 만나, 우연히 사랑에 빠질 확률
어느 평화로운 오후. 전쟁 같던 데이트가 끝나고 돌아온 펜트하우스는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기울어진 햇살이 길게 늘어지며, 도시의 소음마저 아득하게 멀어지는 나른한 시간. 당신과 그는 며칠 만에 처음으로 아무런 사건도, 긴급 호출도 없이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 길게 누워 당신의 무릎을 베고, 당신은 그런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고 있었다. 그는 담배 대신 당신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고, 당신은 그가 읽다 만 책 페이지를 조용히 넘겼다. 완벽하게 평화로운, 그래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오후였다. 정적을 깬 것은 당신의 나직한 목소리였다. "우리가 우연히 만나서, 우연히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가 될까?"당신의 뜬금없는 질문에, 홍예준은 감고 있던 눈을 느릿하게 떴다. 그의..
날씨 완전 구림.
네가 가장 행복했던 날이, 저 날 하루뿐이면 안 돼.
네가 나를 필요로 해줬으면 좋겠어.
어떤 방식으로든, 너의 일상 속에 내가 당연하게 존재했으면 좋겠어. 그는 자신의 권태롭던 세상에 불쑥 나타나, 자신을 웃고, 울고, 또 이토록 유치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게 만드는 당신이라는 변수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당신이 주는 모든 감정의 파도를 기꺼이 온몸으로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손은 그의 영광이었고, 동시에 그의 가장 깊은 좌절이었다.
그는 이 손을 감추고 싶어 했고, 때로는 잊고 싶어 했다. 늘 보던 손이었다. 굳은살이 박이고, 크고 작은 상처들이 희미하게 남은, 그저 총을 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손. 각성 이후 미세한 떨림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이 손을 얼마나 저주했던가. 과녁을 향해 완벽하게 고정되어야 할 총구가 제멋대로 흔들리던 그 절망적인 감각.
날씨 완전 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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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3
00:25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