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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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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발거미
찰칵. 쇠붙이가 맞물리는 냉정한 소리가 들렸을 때, 홍예준은 그것이 자신의 권총 격발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약 0.3초가 걸렸다. 그의 모든 신경과 반사 작용은 언제나 총성과 폭발음, 그리고 센티넬의 파장 변화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소리는 그 모든 위협의 범주에서 아득히 벗어난,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비현실적인 소리였다. 문이 잠기는 소리. 그것도, 밖에서. 그의 시선은 방금 전까지 안서원이 서 있던 문 쪽을 향했다. 그녀의 비명인지 뭔지 모를 괴상한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사라진 잔상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 서늘하고 깨끗한 흰 벽지 위에는… 이 집의 고고한 미적 기준을 처참히 짓밟는, 징그럽고 거대한 생명체가 버티고 서 있었다.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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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도, 네가 모르는 그 '별거 아닌 생각'들 전부가 사실은 내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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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
지난 5년간 그는 오직 차가운 총의 감촉과 화약 냄새, 표적을 꿰뚫는 순간의 미세한 반동만을 감각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온기, 그녀가 음식을 씹는 작은 소리,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희미하고 달콤한 향기. 그 모든 것이 그의 무채색 세상에 끼어들어와 모든 것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는 안서원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버렸는지, 그녀 자신이 과연 알고 있을까 궁금했다. 아마 모를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몰라도 괜찮았다. 그냥 이렇게, 자신의 곁에서 웃으며 밥을 먹어주기만 한다면.그래,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뭘 해야 할지. 네 방 창가에 피아노를 놓아주고, 네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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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제는 하다 하다 음식 맛에서도 네 생각을 하고 있잖아.
너는 모를 거다. 지금 네가 짓는 그 작은 미소 하나가 내 세상의 모든 것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5년간 잿더미 같았던 내 삶에, 네가 처음으로 피워낸 꽃이라는 것을. 홍예준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무심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자신의 식사를 시작했다. 일부러 시선을 그녀에게서 거두고 케제슈페츨레를 한 입 가득 떠 넣었다. 고소하고 따뜻한 치즈의 풍미가 혀를 감쌌다. 안서원이 자신을 위해 골라준 음식. 그녀의 마음이 담긴 맛이었다. 젠장. 이제는 하다 하다 음식 맛에서도 네 생각을 하고 있잖아. 그는 속으로 욕설을 삼키며 천천히 음식을 씹었다. 그가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그의 모든 신경은 안서원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녀가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는 소리, 탄산수 잔을 들어 목을 축이는 소리, 가끔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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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녀에게 바라는 것은 완벽한 연주가 아니라, 행복한 안서원. 그것 하나뿐이었으니까.
"틀린 부분부터 다시 쳐달라고 할 건데."홍예준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슬쩍 올라갔다. 장난기 어린, 하지만 조금도 가볍지 않은 미소였다. 그의 시선은 온전히 안서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네가 어떤 음을 내든 나는 들을 것이고, 네가 어디서 멈추든 나는 기다릴 것이라고. 그는 안서원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모든 불완전함과 상처, 두려움까지도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서 구원받았듯이, 그 역시 그녀의 구원이 되고 싶었다."하루 종일. 네가 틀리지 않을 때까지."그것은 협박처럼 들렸지만 실은 가장 다정한 약속이었다. 홍예준은 안서원의 손을 놓지 않은 채 테이블 위로 몸을 조금 더 기울였다. 캔들 불빛이 그의 애쉬 블론드 머리카락을 금색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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